제조업의 아침은 보통 영업 부서의 긴박한 전화로 시작됩니다. "고객사가 납기를 당겨달라고 난리입니다. 이번에 못 맞추면 거래 끊긴다는데, 어떻게 안 될까요?" 제조부서장인 제 입장에서는 한숨이 먼저 나옵니다. 현재 라인은 이미 풀 가동 중이고, 무리하게 속도를 올렸다가는 품질 사고가 터질 게 뻔하기 때문입니다.
영업은 '매출'을 위해 달리고, 제조는 '품질'과 '효율'을 위해 버팁니다. 이 두 부서의 갈등은 어쩌면 숙명과도 같습니다. 하지만 제가 과거 기술지원과 고객대응 업무를 수행하며 배운 것은, 결국 두 부서의 목표는 '고객 만족'이라는 하나의 지점에서 만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오늘은 제가 현장에서 부서 간의 총성 없는 전쟁을 멈추고 협력을 이끌어낸 '전략적 중재의 기술'을 공유합니다.

1. '안 된다'는 거절이 아닌 '기술적 대안'을 제시하라
영업 담당자가 무리한 요구를 할 때, "절대 안 됩니다"라는 단정적인 거절은 감정적인 대립만 불러옵니다. 저는 이럴 때 기술대응 전문가의 마인드를 발휘합니다. 안 되는 이유를 기술적 근거와 데이터로 설명하고, 동시에 '실행 가능한 대안'을 함께 던지는 것입니다.
"현재 설비 부하율이 95%라 전체 물량 납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공정을 조정하면 긴급 물량인 30%는 이번 주 금요일까지 선출고가 가능합니다. 이 제안으로 고객사를 설득해 보시겠습니까?"라고 묻는 식입니다. 단순히 벽을 치는 것이 아니라 함께 길을 찾는 파트너로서의 모습을 보일 때, 영업 부서도 제조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협상에 임하게 됩니다.
2. ERP 데이터를 공용어로 사용하라
부서 간의 갈등이 깊어지는 이유는 서로 '추측'과 '감정'으로 대화하기 때문입니다. 영업은 제조가 게으르다고 생각하고, 제조는 영업이 현장도 모르면서 큰소리만 친다고 오해합니다. 저는 이런 오해를 없애기 위해 ERP와 MES 데이터를 회의 테이블의 중심에 둡니다.
실시간 생산 가동 현황, 자재 수급 일정, 품질 합격률 등을 투명하게 공유하면 논쟁은 사라지고 분석이 시작됩니다. 수치는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소통하면 "왜 안 해줘?"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이 수치를 바꿀 수 있을까?"라는 생산적인 논의로 전환됩니다. 제조부서장은 이 데이터를 가장 정확하게 해석하고 전달하는 '번역가'가 되어야 합니다.
3. 영업을 '공정의 일부'로 초대하라
저는 종종 영업 담당자들을 제조 현장으로 초대합니다. 그들이 직접 기술지원 현장을 참관하거나 공정 라인을 둘러보게 함으로써, 자신들이 파는 제품이 어떤 정밀한 과정을 거쳐 탄생하는지 체감하게 하는 것이죠. 제품의 특성과 공정의 한계를 이해한 영업 사원은 고객에게 무리한 약속을 남발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제조 팀장들에게는 영업 부서의 고객대응 미팅에 동석하게 합니다. 우리 제품이 시장에서 어떤 평가를 받는지, 납기 지연이 고객사 라인에 어떤 타격을 주는지 직접 듣게 하는 것입니다. 서로의 현장을 이해하는 순간, '너의 일'과 '나의 일' 사이의 장벽이 허물어지고 '우리의 일'이 시작됩니다.
4. 갈등 중재의 핵심은 '공동의 승리'를 설계하는 것
중재자는 어느 한 쪽의 손을 들어주는 사람이 아닙니다. 저는 갈등 상황에서 항상 "이 결정이 우리 회사 전체의 이익(Profit)에 기여하는가?"를 자문합니다. 때로는 영업의 요청을 수용하기 위해 특근 비용을 감수하기도 하고, 때로는 품질 확보를 위해 납기 조정을 강하게 밀어붙이기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그 결정의 과정에서 양쪽 부서 모두가 '존중받았다'고 느끼게 하는 것입니다. "제조팀이 이번에 무리한 일정에도 불구하고 혁신적으로 공정을 단축해 주었습니다"라고 상부에 보고하거나, "영업팀이 고객사를 잘 설득해 준 덕분에 품질 안정화 시간을 벌었습니다"라고 격려하며 양쪽의 공을 치하하는 것이 제조부서장의 노련함입니다.
5. 결론: 가교(Bridge)가 튼튼해야 품질이 흐릅니다
제조와 영업은 자동차의 앞바퀴와 뒷바퀴와 같습니다. 방향이 맞지 않거나 속도가 다르면 차는 굴러갈 수 없습니다. 제조부서장으로서 여러분이 놓는 소통의 다리가 튼튼할수록, 우리 공장의 제품은 더 빠르고 완벽하게 고객에게 전달됩니다.
동료 부서장 여러분, 오늘 영업 부서에서 날아온 날카로운 요청을 '공격'이 아닌 '협업의 신호'로 받아들여 보십시오. 여러분의 유연한 중재와 데이터 기반의 설득이 우리 회사를 시장에서 승리하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동력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