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해서 마시는 첫 커피 한 잔의 여유도 잠시, "팀장님, 3라인에 조립 불량 터졌습니다!"라는 보고와 함께 정신없는 하루가 시작됩니다. 오전 내내 긴급 대책 회의를 하고, 오후에는 밀린 결재와 고객사 대응을 하다 보니 어느덧 퇴근 시간입니다. 정작 야심 차게 기획했던 '공정 개선안'은 파일만 열어둔 채 한 글자도 진도를 나가지 못했죠.
제조 관리 팀장으로 일하며 제가 가장 자괴감을 느꼈던 지점이 바로 여기였습니다. "나는 팀장인가, 아니면 현장 전용 소방관인가?"라는 의문이었죠. 매일 쏟아지는 급한 일(Urgent)에 치여 정말 중요한 일(Important)을 놓치고 있다면, 그것은 관리가 아니라 방치입니다. 오늘은 제가 '불 끄기' 연쇄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 적용했던 실전 시간 관리법을 공유합니다.

1. 아이젠하워 매트릭스: '급한 일'과 '중요한 일'의 냉정한 구분
모든 일은 네 가지 범주로 나뉩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보통 '급한 일'이 모든 것을 집어삼킵니다. 제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제 업무 리스트를 냉정하게 분류하는 것이었습니다.
- 1사분면(급하고 중요한 일): 라인 스톱, 안전사고, 당일 납기 이슈 -> 즉시 처리
- 2사분면(급하지 않지만 중요한 일): 공정 표준화, 팀원 교육, 예방 보전, 공정 개선 -> 시간 확보(핵심)
여기서 핵심은 2사분면 업무입니다. 2사분면 일을 소홀히 하면, 그 일들은 조만간 1사분면의 '대형 화재'가 되어 돌아옵니다. 예방 보전을 안 하면 설비가 멈추고(1사분면), 교육을 안 하면 작업자가 실수를 합니다(1사분면). 유능한 관리자는 2사분면의 시간을 벌기 위해 사투를 벌여야 합니다.
2. '골든 타임'을 사수하라: 하루 1시간의 딥 워크(Deep Work)
저는 하루 중 가장 집중력이 좋은 오전 9시부터 10시까지를 '방화 작업 시간'으로 정했습니다. 이 시간에는 가급적 현장 순회나 단순 보고 업무를 지양하고, 오로지 데이터 분석과 개선안 기획에만 집중합니다.
처음엔 "팀장님이 자리에 있는데 왜 전화를 안 받느냐"는 불만도 있었지만, 이 시간을 통해 도출된 개선안으로 불량률이 줄어드는 것을 숫자로 보여주자 팀원들도 협조하기 시작했습니다. 하루 8시간 중 단 1시간이라도 미래를 위한 시간을 확보하는 것, 그것이 관리자가 가져야 할 최소한의 자존심입니다.
3. 권한 위임(Delegation): 내가 병목(Bottleneck)이 되지 않기
FAE 시절, 모든 현장 이슈를 제가 직접 해결해야 직성이 풀렸던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관리자가 된 지금, 그것은 독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팀장이 모든 결정권을 쥐고 있으면 팀원들은 수동적으로 변하고, 모든 이슈는 팀장에게 몰려 병목 현상이 발생합니다.
저는 판단 기준(SOP)을 명확히 세워주고, 일정 수준의 이슈는 대리나 과장 선에서 전결 처리하도록 권한을 넘겼습니다. 제가 없어도 라인이 돌아가고 간단한 클레임은 해결되는 구조를 만드는 것, 그것이 제가 더 중요한 '전략적 판단'에 시간을 쓸 수 있게 해준 결정적 열쇠였습니다.
4. 회의 다이어트: "이 회의에 내 시간이 꼭 필요한가?"
제조업의 고질병 중 하나가 '회의를 위한 회의'입니다. 저는 주간 회의 시간을 절반으로 줄이고, 대신 ERP와 MES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것으로 대체했습니다. 회의실에서 말로 주고받는 정보보다 정확한 차트 한 장을 보는 것이 훨씬 빠르고 정확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부서 간 책임 공방으로 번질 것 같은 회의는 제가 직접 개입하여 '팩트 기반'으로 빠르게 정리합니다. 소모적인 감정 싸움에 팀원들과 제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하루에 족히 두 시간은 더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5. 결론: 리더의 시간은 '미래'를 향해 있어야 합니다
관리자의 진정한 성과는 "오늘 아무 사고 없이 무사히 지나갔다"가 아니라, "오늘의 노력으로 내일은 오늘보다 덜 바빠질 것이다"라는 확신에서 나옵니다. 우리가 지금 '방화 작업'에 시간을 쓰지 않는다면, 내일도 모레도 우리는 여전히 뜨거운 불길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을 것입니다.
동료 관리자 여러분, 오늘 여러분의 다이어리에는 어떤 일들이 적혀 있습니까? 불을 끄는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불이 나지 않는 시스템을 설계하는 시간입니다. 오늘부터 딱 한 시간만, '급한 일'의 유혹을 뿌리치고 '중요한 일'을 위해 책상을 정리해 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