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 공장의 모든 기록은 '종이'였습니다. 작업 일지, 설비 점검표, 품질 검사 성적서까지... 매일 산더미처럼 쌓이는 종이 뭉치를 보며 저는 늘 갈증을 느꼈습니다. 고객대응을 위해 과거 데이터를 찾으려면 캐비닛을 뒤지는 데만 한나절이 걸렸고, 그마저도 작업자의 필체를 해독하느라 진땀을 빼기 일쑤였기 때문입니다.
세상은 스마트 팩토리를 외치지만, 기름때 묻은 현장에 디지털을 입히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오늘은 제조부서장으로서 제가 아날로그 공장에 디지털의 혈관을 이식하며 배운 '사람 중심의 디지털 전환(DX) 전략'을 공유합니다.

1. 기술보다 '사용자'가 먼저입니다 (내부 기술지원 전략)
처음 도입한 MES(제조실행시스템)는 대실패였습니다. 사무실에서 설계한 화려한 화면은 현장 작업자들에게는 그저 복잡하고 귀찮은 숙제였죠. "장갑 끼고 이 작은 버튼을 어떻게 누릅니까?"라는 반장님의 호통에 저는 깨달았습니다. 시스템은 관리자가 아닌 '현장'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는 것을요.
저는 즉시 개발팀과 함께 현장에 상주하며 일종의 사내 기술지원팀 역할을 자처했습니다. 버튼 크기를 키우고, 입력 단계를 최소화하며, 음성 입력 기능을 도입하는 등 철저히 작업자의 편의에 맞게 시스템을 뜯어고쳤습니다. 도구가 편리해지자, 현장의 거부감은 호기심과 협조로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2. 데이터로 '고객대응'의 격을 높이십시오
디지털 전환의 진가는 위기 상황에서 빛을 발합니다. 한번은 고객사에서 특정 롯데(Lot) 부품의 열처리 경도 데이터에 의문을 제기한 적이 있었습니다. 과거 같으면 수천 장의 서류를 뒤지느라 며칠이 걸렸겠지만, 시스템화된 지금은 단 1분 만에 해당 제품의 생산 시각, 작업자, 설비 압력, 당시 온도 로그를 추출해 전달했습니다.
이런 정밀한 기술대응은 고객사에게 "이 공장은 완벽하게 통제되고 있다"는 강력한 신뢰를 줍니다. 부서장에게 데이터는 단순한 수치가 아니라, 고객과의 협상 테이블에서 우리를 지켜주는 가장 날카로운 무기입니다.
3. 기술대응 전문가의 '데이터 해석' 능력
시스템이 데이터를 모아준다면, 부서장은 그 데이터 사이의 '인과관계'를 읽어내야 합니다. 저는 매일 아침 대시보드에 나타나는 상관계수를 살핍니다. 습도가 높아질 때 특정 공정의 불량률이 미세하게 요동치는 것을 발견하면, 사고가 나기 전에 선제적인 기술대응 지시를 내립니다.
디지털 전환은 부서장의 '직관'을 '확신'으로 바꿔줍니다. 감에 의존하던 관리를 데이터 기반의 과학적 관리로 전환할 때, 제조 공정의 산포는 줄어들고 품질은 상향 평준화됩니다.
4. 디지털은 '감시'가 아니라 '보호'의 도구입니다
현장에서 디지털 시스템 도입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실시간 감시'에 대한 거부감입니다. 저는 팀원들에게 MES가 여러분의 실수를 잡아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여러분의 정당한 노력을 증명하고, 혹시 모를 사고 시 억울함을 풀어주는 블랙박스"라고 강조합니다.
실제로 장비 결함으로 인한 불량 발생 시, 시스템 로그 덕분에 작업자의 과실이 아님이 입증된 사례들을 적극 공유했습니다. 디지털이 나를 지켜준다는 믿음이 생기자, 팀원들은 스스로 더 정확한 데이터를 입력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기술과 사람 사이의 신뢰가 DX의 완성입니다.
5. 결론: 스마트 팩토리의 완성은 '스마트한 사람'입니다
제조부서장으로서 제가 추진하는 디지털 전환의 끝은 무인 공장이 아닙니다. 불필요한 서류 작업과 단순 반복적인 확인 업무는 기계에 맡기고, 우리 팀원들은 더 가치 있는 개선 활동과 고도의 기술지원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입니다.
동료 부서장 여러분, 아직도 현장의 소중한 지식들이 종이 위에서 잠자고 있지는 않습니까? 지금 당장 작은 공정 하나부터 디지털화를 시작해 보십시오. 데이터가 흐르기 시작하면, 우리 공장의 경쟁력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부터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