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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식구 감싸기를 넘어선 진짜 원팀(One-Team) 만들기: CFT 운영과 데이터 기반 소통

by homelily 2026. 2. 18.

자동차 부품 제조 현장에서 관리자로 일하며 가장 힘든 순간은 고객사의 클레임을 받을 때가 아닙니다. 바로 그 클레임의 원인을 찾기 위해 내부 회의를 소집했을 때 시작되는 '부서 간의 핑퐁 게임(Blame Game)'을 마주할 때입니다.

"생산 물량 맞추느라 어쩔 수 없었습니다." (생산팀)
"도면 공차가 너무 타이트해서 양산성이 떨어집니다." (기술팀)
"기준대로 검사했을 뿐입니다. 불량률 높은 건 저희 탓이 아니죠." (품질팀)

각자의 입장에서는 모두 맞는 말입니다. 이것이 바로 조직의 사일로(Silo, 곡식 저장고처럼 부서 간에 벽을 치고 고립되는 현상)입니다. 하지만 고객사 OEM 라인이 멈출 위기 앞에서 이런 '내 식구 챙기기'는 공멸의 지름길입니다. 오늘은 관리자로서 이 견고한 부서 이기주의의 벽을 허물고, 진짜 문제 해결을 위한 협업을 이끌어내는 소통의 기술에 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cft 운영과 데이터 기반 소통


1. 사일로(Silo)의 본질을 이해하라: 악의가 아닌 'KPI의 차이'

관리자가 가장 먼저 인정해야 할 것은 타 부서의 방어적인 태도가 악의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것은 각 부서가 짊어진 핵심 성과 지표(KPI)의 구조적 차이에서 옵니다.

생산팀은 시간당 생산량(UPH)이 중요하고, 품질팀은 불량률 방어가 최우선이며, 영업팀은 납기 준수가 생명입니다. 서로 상충되는 목표를 가진 사람들이 모이면 갈등은 필연적입니다. 유능한 관리자는 "왜 협조를 안 해?"라고 화를 내는 대신, "저 부서의 KPI를 지켜주면서 우리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무엇일까?"를 고민해야 합니다.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는 것이 장벽을 허무는 첫 번째 망치질입니다.

 

2. 감정을 배제한 공용어, '데이터'로 소통하라

부서 간 회의가 감정 싸움으로 번지는 이유는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입니다. "요즘 불량이 너무 많다"는 말은 품질팀에게는 공격으로 들립니다. 협업을 이끌어내려면 감정이 들어갈 틈이 없는 '객관적인 데이터'를 공용어로 사용해야 합니다.

  • 나쁜 예: "김 팀장님, 생산 속도 좀 줄이세요. 불량 나서 다 죽게 생겼어요." (감정적 공격)
  • 좋은 예: "MES 데이터를 보니 오전 10시부터 UPH가 15% 증가했고, 동시간대 치수 불량률이 3% 상승했습니다. 이 상관관계를 같이 분석해봅시다." (데이터 기반 제안)

FAE 경험을 통해 깨달은 것은 엔지니어들은 데이터 앞에서 가장 솔직해진다는 것입니다. ERP와 MES의 수치를 스크린에 띄워놓고 이야기할 때, 비로소 '네 탓'이 아닌 '문제 그 자체'에 집중하게 됩니다.

 

3. 강력한 'CFT(Cross-Functional Team)'를 가동하라

만성적인 문제를 해결하거나 긴급한 고객 이슈가 터졌을 때는 기존 조직도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이때 관리자는 신속하게 부서 간 경계를 허무는 태스크포스팀(CFT)을 구성해야 합니다.

제가 주도했던 성공적인 CFT의 핵심은 '권한 위임'과 '명확한 목표 공유'였습니다. "이번 OEM 신차종 양산 승인(PPAP) 통과를 위해 생산의 A과장, 품질의 B대리, 기술의 C주임을 한 팀으로 묶고 전결 권한을 주겠다"고 선언하는 것입니다. 물리적으로 한 공간에 모아두고 공동의 목표를 부여하면, 신기하게도 그들은 소속 부서의 이익보다 팀의 미션을 위해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관리자는 이들이 부딪히는 장애물을 치워주는 서포터 역할에 집중해야 합니다.

 

4. 관리자는 부서 간의 '번역가'가 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관리자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번역'입니다. 생산 현장의 거친 언어를 품질 부서의 논리적인 언어로, 기술 부서의 전문 용어를 영업 부서의 비즈니스 언어로 통역해 주어야 합니다.

"현장이 너무 힘들다"는 생산팀의 호소를 품질팀에게는 "현재 인력 리소스 대비 검사 부하가 높아 공정 누락 리스크가 있다"고 번역해 전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서로 다른 언어를 쓰는 부서 사이에서 오해를 줄이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 그것이 사일로를 녹이는 윤활유가 됩니다.

 

5. 결론: 우리는 모두 하나의 '고객'을 섬긴다

부서 간의 벽이 아무리 높아 보여도, 결국 우리는 모두 완성차 고객사에 완벽한 부품을 공급하기 위해 존재하는 하나의 팀입니다. 내부에서 총질을 하는 동안 경쟁사는 치고 나가고 고객은 떠나갑니다.

관리자 여러분, 우리 부서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골목대장'에 머물지 마십시오. 데이터를 무기로, 공감을 도구로 삼아 부서 간의 높은 벽을 허물고 연결하는 진정한 리더가 되시길 바랍니다. 내부의 단단한 결속력만큼 강력한 경쟁력은 없습니다.